복지정보 "장애인에 대한 '친절한 무관심'이 있었으면"...한 공익변호사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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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섭 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5-01-31 21:31본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 식의 거창한 목표를 가지지 않아요.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타인에 대한 '친절한 무관심'이 우리 공동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제형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32·사진)는 "어떠한 사회를 만들고 싶느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운 듯 손사래 치면서도 담담하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자신이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므로 기사가 재미 없어질 것을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무거운 생각에 기반해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삶을 살아오면서 마주하는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대응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나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장애인의 권리 증진에 앞장서고 있는, 이른바 '공익 변호사'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그는 친족상도례, 즉 친족간의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의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해 지난해 6월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냈다. 장애인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친척 등으로부터 착취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그림 투표 보장에 대한 청구 소송을 맡아 지난달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를 쟁취했다.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을 담당한 정 변호사는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연세대의 학부에서 국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글쓰는 능력과 사회 구조를 조망하는 능력을 훈련받았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 모교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는 "국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다 보니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어려움도 글로써 풀어내고 싶어 했다"며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사람'으로 사회에 남고 싶었고 이 개략적인 꿈을 가지고 학부시절 계속해서 진로를 고민한 결과, 변호사란 직업으로 꿈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인의 권리 증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석사과정생 시절에 참여한 학회 활동과 실무실습과정의 영향이 컸다. '공익인권법학회'에 회원으로서 참여한 것과 장애인 권익단체에서 실무수습을 경험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집안 환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선천적으로 구순구개열을 가졌다는 이유로 삶을 살면서 부당함을 겪어왔으므로 부당함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어떠한 부당함을 겪는 이들을 법조인으로서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이 같은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가 장애인 권리 증진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당사자들이 자신을 '같은 편'으로 여길 때다. 그는 한 정신장애인의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았을 때를 떠올렸다. 피싱 조직에 이용당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을 항소심에서 뒤집은 사건이다. 그는 "법정에서 나를 믿는다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장애인의 모습을 볼 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자신의 활동을 거창한 사회 변혁이 아닌 '천천히 가라앉는 세상에서 인권성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정 변호사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기보다는 그냥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친절한 무관심', 즉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존중하면서도 너무 깊이 개입하지 않는 태도로서 장애인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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